뇌종양 수술과 회복
초심 안 잃었네요
안광석
2020. 2. 29. 07:02
초심을 잃었답니다. 원 여사가 나한테 자꾸만 뭐라고 합니다. 코트도 안 입혀 주고 문도 안 열어 주고 나 혼자 먼저 막 가고 성질 급한 건 아무래도 못 고친다네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요. 병원에서 수술 후에는 아무것도 혼자 할 수 없으니까 모든 것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퇴원해서 처음에는 보행기 그다음에는 지팡이 그리고 이제는 지팡이도 없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어서 그냥 잘 다니는 것 같아서 그냥 내버려 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섭섭한가요.
배둘레햄을 잃었습니다. 살 빼고 쓸 거라고 34인치 허리띠 사다 놓은 지가 10년은 된 것 같은데 오늘 처음으로 헌 새 허리띠를 매었습니다. 36인치짜리 쓰던 허리띠는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습니다. 잃은 것은 배둘레햄 얻는 것은 허리. 몇십 년 만에 다시 찾은 허리 임을 잃어선 안 되겠습니다.
물론 초심도 잃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잃지 않을 겁니다. 그대가 나의 도움을 필요할 그 언젠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 어느 시간 일 분까지 초심을 잃지 않을 겁니다. 2020년 2월 8일의 초심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