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나무 숲길에서
안광석
2021. 4. 7. 06:12
오랜만에 늘 당신과 함께하던 소나무 숲길에서 산책했습니다. 당신은 나보다 훨씬 빨리 잘 걸어서, 늘 나보다 앞서가다가 멈춰서 기다려 주고는 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운동이 안된다고 말하면서요. 이제는 그 길을 나 혼자 걷습니다. 왼쪽 다리와 발이 불편한 데다 잔소리도 없겠다 아주아주 천천히 쉬엄쉬엄 걸었습니다. 2.5 킬로미터 코스 평소라면 45분 정도면 되는데 오늘은 무려 1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당신이 있었다면 또 한마디 했을 텐데 그 잔소리가 듣고 싶은데…
이 숲길에서 산책한 것은 지난해 7월 아이들과 왔던 것이 마지막이었네요. 그때도 사실 당신은 긴 거리를 걷기는 어려운 상태였는데 힘들다 한마디 안 하고 잘 걸었습니다. 내가 아픈 다리로 걸어 보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구나! 미련한 나는 이제야 깨닫습니다. 왜 이렇게 지나서야 알게 되는지 속상하고 미안합니다. 그리고 당신이 보여준 본보기를 따라서 나도 다리가 불편하지만, 불평 없이 열심히 걸어 보겠습니다. 씩씩하게 견디었던 당신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