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부메랑
안광석
2021. 10. 3. 09:49
옛날 한 선배는 나보고 원석이라고 했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거칠다는 뜻이었죠. 당신 단짝 정인 씨는 내가 뚝배기랍니다. 속이거나 가벼운 사람은 아니나 투박하고 촌스러운 느낌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다정다감하지도 친절하지도 못하고 그저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입니다. 그렇게 평생을 살았는데 당신을 보내고 나니 그런 나의 모습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내 마음을 때립니다.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그러질 못하고, 사랑한다 고맙다 수고가 많다 그런 말들을 잘해 주질 못해서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참 미안합니다.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얼마나 내가 거칠고 투박하고 촌스럽고 무심하고 무뚝뚝한 사람인지. 얼마나 당신이 사랑스럽고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였는지. 부메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