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혼자만의 세상
안광석
2021. 10. 15. 01:08
당신은 내가 나만의 세상에 빠져서 사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내 맘대로 생각하고 내 맘대로 행동하고 내 멋대로 산다고. 나도 인정합니다. 그 많은 부분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당신이 힘들어했고 또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 전 언젠가 이제는 당신이 나를 이해할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나를 이해하려고 했고 이해해 주었던 친구. 오늘 아침에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아직도 나는 그대로입니다. 나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달라진 것은 이제는 말 그대로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 곁을 떠난 당신이 이제는 나를 가르칩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갈지. 내가 당신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할 수 있을지. 당신이 하고자 했던 일들을 내가 어떻게 두 배로 할 수 있을지. 그렇게 나는 혼자만의 세상을 살아갈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어디론가 또 떠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