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석 2024. 8. 19. 20:54

한 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여행 첫날에 갑자기 배가 아파서 온 밤을 꼴딱 새웠습니다. 3년 반 전에 인생 최고로 아팠었는데 그 이후 처음으로 아주 많이 아팠습니다. 그다음 날 또 그다음 날도 계속 아팠습니다. 여행을 접고 돌아가야 할지 응급실을 가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 약과 진통제로 그럭저럭 버티다가 나흘째 날에 갑자기 그 통증이 싹 없어지고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객지에서 며칠 동안 아프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도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을 수 있겠다. 평균적으로 따진다면 10여 년 더 살 수 있겠지만 언제 어떤 일이 갑자기 생길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두려웠습니다. 당신이 떠나는 모습을 통해 가르쳐준 효과로 나는 죽음을 담대하게 맞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그저 막연한 생각뿐이었구나 깨달았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죽음이 두렵습니다. 객지에서.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서 내가 참 엄살이 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흘 잠깐 아픈 것을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평소에 잘 아프지 않기 때문에 아프게 되면 통증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겁이 나서 살려달라고 안 아프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다 나은 후에, 내 모습을 돌아보니 별거 아닌데 혼자 부산을 떨었나 싶습니다.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연약하고 엄살이 심한 것이 나의 모습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