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
정신 차리고 보니
안광석
2020. 3. 27. 21:44
어느새 원운경 씨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두 번의 수술 후 퇴원해서 키모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것도 벌써 3주째입니다. 처음 한 달은 정신 없이 헤맸고 그다음 한 달은 정신 차리자고 외치며 헤맸습니다. 두 달이 지난 오늘 내 정신은 한 80-90%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세상이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잘 산다는 내 나라 미국은 세계에서 COVID-19 환자가 제일 많은 국가가 되었습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공중보건(public health)의 한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산업위생(industrial hygiene)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진국 미국 공중보건 체계가 비교적 잘 돼 있다는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말입니다.
미국은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극단적으로 꽃 핀 나라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pandemic 이후로 마스크는 구하기 어렵고 생필품은 사재기로 동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경기 부양과 privacy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적 목표와 가치는 무엇이고 priority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쩌면 이 나라의 경제 사회 구조가 많이 가진 일부 사람들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서 짜지고 운영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정신 차리고 보니 자꾸만 생각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