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짐

2022. 1. 28. 03:19또 다른 일 년

2년 전 오늘 일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월요일 오전인데 당신은 교회 가자고 예쁘게 차려입고 나왔습니다. 뭔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고 바로 응급실로 달려갔습니다. 거기서 CT 검사 후 의사가 그날 오후에 더 큰 병원으로 당신을 구급차에 태워 보냈습니다. 다음날 MRI 검사를 하고 결국 수술과 치료 없이는 3-6개월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청천벽력이었습니다. 바로 전날까지도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참 무심한 사람이었습니다.

 

 

충격 속에서 나는 모든 결정을 하였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수술을 하려고 했습니다. 수술을 자기가 잘 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과신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방사선치료와 키모 항암치료가 잘 되고 있다는 의사들의 말을 그대로 믿고 치료만을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니 그 모든 결정이 잘못되었던 것 같습니다. 좀 늦어지더라도 더 큰 더 좋은 병원으로 옮겨서 더 나은 의사의 수술을 받았어야 했습니다. 경과를 보고 시간을 갖고 치료를 시작하고 또한 더 전문화된 팀에게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방사선과 키모 항암치료를 처음부터 하지 않아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 전 일을 지금 돌아보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다른 결정을 했다고 해서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란 보장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되돌아보고 정리를 하는 것은 나의 결정으로 당신의 이 세상에서의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닌가? 내가 당신을 좀 더 지키고 잘 간수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것은 어쩌면 내 평생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할 내 마음의 짐입니다. 참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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