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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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알약
1차 항암 치료 마지막 날입니다. 마지막 키모 약입니다. 그동안 이 약을 먹으라고 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것이지만 정상 세포도 손상하며 또한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회복 기간에는 키모 약을 안 먹어도 됩니다. 바라기로는 손상된 몸 기능 정신 미각 식욕 이런 것들은 빨리 회복이 되고 암세포는 하나도 재발하거나 자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의 수술과 6주간의 치료, 의사분들을 포함한 의료진이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에 가깝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너무도 감사합니다.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물질적 음식의 어려움을 감당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제는 회복하면서 5월 말에 있을 MRI 결과를 기다리는..
2020.04.22 -
땡 땡 땡! 종 쳤습니다
치료를 마친 사람들이 칠 수 있는 종, 소망의 종을 원운경 씨가 드디어 오늘. 땡 땡 땡! 종 쳤습니다. 오늘로써 방사선 치료를 마쳤습니다. 처음엔 6주의 치료 기간이 언제나 끝날까 했는데 드디어 오늘이 왔습니다. 그동안 어렵고 힘들었지만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은 원운경 씨가 자랑스럽습니다. 원운경 씨 수고 많았습니다. 앞으로 회복 기간에 미각과 식욕도 되찾고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도와 관심과 격려와 음식과 선물과 사랑으로 그 어렵고 힘든 시간을 감당할 수 있게 해주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0.04.22 -
웃으면 복이와요
웃으면 복이와요 하면 뭐가 생각나시나요? 뭐가 생각나시면 그리 젊지는 않은 겁니다. 그런데 요새 와서 왠지 그 말이 자꾸 생각납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은 복이 안 오면 웃지 않는다는 말과 논리적으로 합동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명제가 사실이라면 복이 안 오면 웃지 않는다는 말도 맞는다는 뜻입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게 참이라고 해 봅시다. 그러면 불행한 사람은 웃을 수가 없다는 겁니다. 웃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크게 소리 내어서 웃을 일이 없습니다. 그게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하지 않은 결과 일 수가 있습니다. 원 여사를 웃게 하려고 광대 짓도 해보고 재롱도 떨어 보지만 그쪽으로 타고난 재주가 없어서 잘 안 됩니다. 그리 웃기지는 않아도 어떻게 읽으면 미소 지을 ..
2020.04.19 -
따라 하기
이상하게 없던 두통이 생기고 하는 일도 없는데 허리가 아픕니다. 저녁만 먹으면 졸려서 견딜 수가 없고 소파에 쓰러집니다. 꼴상 사나운지 원 여사가 한마디 합니다. 누가 암 환자인지 모르겠답니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부부는 일심동체라 그런가 봅니다. 당신이 뇌수술했으니 나도 두통이 있고 당신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하니까 나도 함께 아프고 당신이 입맛도 없고 힘이 없으니 나도 덩달아 그런가 봅니다. 30년 이상을 같이 살면서 딱히 금실 좋은 부부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따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흰머리는 따라 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내가 이미 10년 이상 먼저 한 거니까요. 다만 치료 중에 염색할 수 없는 당신을 따라서 염색을 몇 주 하지 않은 것뿐입니다. 이참에 그냥 커밍아웃해서..
2020.04.19 -
감사함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드디어 38km 지점을 지났습니다. 원운경 씨가 많이 지쳤습니다. 머리도 많이 빠지고 염색을 하지 못해서 흰머리도 많이 보입니다. 힘들고 허리도 아픕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달리면 골인 지점입니다. 거기에 특별히 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조 장로님 김 집사님 허 장로님 문 목사님 김 사모님께서 오셔서 기도도 해 주시고 선물도 주시고 귀한 음식을 아주 많이 주셨습니다. 어려움에 힘들어하는 양들을 먹이기 위해서 가장 좋은 꼴을 먹이는 목자로서 우리를 돌봐 주십니다. 많은 분이 연락하시고 격려해 주십니다. 본인들도 어렵고 힘든 일이 많은데 귀한 시간 내셔서 관심과 도움을 주십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엉터리로 살아온 나 자신이 비교..
2020.04.19 -
마라톤
마라톤을 뛸 때 가장 힘든 구간은 33km에서 38km라고 합니다. 그것은 30km 이후에 체력과 근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38km 이후에는 골인 지점이 가깝기 때문에 정신력으로 계속 갈 수 있습니다. 선수들도 30km까지는 잘 달리다가도 30km를 넘어서면서 급격한 체력 저하를 느끼고 레이스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평상시 훈련이 부족하거나 달리는 중에 수분 섭취를 올바르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뛸 수가 없습니다. 충분한 연습과 규칙적인 수분 섭취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원운경 씨 치료가 42일 중 35일째입니다. 입맛과 식욕이 바닥이고 피로가 많이 쌓여서 사고력과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머리카락도 많이 빠지고 피부도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원운경 씨는 잘 견디고 씩..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