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부부교실에 참여하면서

2025. 2. 22. 00:48살아가는 이야기

몇 주 전 목사님과 커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목사님이 성경적 부부교실을 곧 하는데 저도 옵서버로 와보는 것은 어떠냐고 물어보셨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말씀이었을 수도 있고. 참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젊은 부부일 텐데 이 나이 많은 홀아비가 왜요?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실패한 남편으로의 잘못된 예를 보여주는 것도 혹시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임은 교재인 Tim Keller의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부부가 함께 모여서 그 내용에 대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한 주간 숙제도 하고 그렇게 4주간 진행됩니다. 저는 청강생이란 핑계로 책도 안 읽고 숙제도 안 합니다. 그저 앉아서 이 사람들은 참 현명하게 지혜롭게 부부생활을 잘하고 있구나! 감탄도 하고 엉터리 남편이었던 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그래도 이 모임에 내가 계속 참여하는 것은 제가 못했던 것들을 꼭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혼자되고서 불편한 것이 많습니다. 음식도 잘 못하고 다리미질 바느질도 안 하고 청소 정리정돈도 엉터리. 그것은 당신이 30년 이상 그 모든 것을 나 대신 다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혼자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지 않은 당신은 나쁜 아내였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한 것들은 마음만 좀 바꿔 먹으면 사는데 하나도 불편하지 않습니다. 잘 못하는 것은 안 하기로 하고 좀 삐뚤빼뚤해도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살면 됩니다. 오히려 대충대충 사는 것이 게으름 짱인 내게는 더 편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마음을 나누는 베프가 떠났다는 것입니다. 나는 30년 이상을 같이 살면서 그 베프를 위해서 음식도 별로 해주지 않았고 다리미질 바느질을 대신해 준 적도 없고 청소 정리정돈도 잘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더 한 것은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도 못 하고 그저 받아먹기만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오랫동안 당신이 나에게 준 희생과 사랑은 이제는 내 마음에 지울 수 없는 미안함으로 남았습니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배우자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을 자신보다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다면 저처럼 나중에 삶이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마음에 해소할 수 없는 미안함으로 평생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배우자보다 그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입니다. 그러니까 부부가 서로 내가 더 상대를 위해서 하나라도 더 해주려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 듯합니다. 그렇게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감사하고 사랑할 때 우리는 가정에서 하나님나라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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