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2020. 7. 14. 00:08ㆍ2차 치료
아기새 님은 갔습니다. 엊그제 입 벌려 먹이를 받아먹던 아기 새들이 둥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아갔습니다. 그 아이들은 자라서 누군가를 만나고 짝을 이루어 어딘가에 집을 짓고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겁니다. 아마도 텅 빈 저 집은 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또 다른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겁니다. 파이팅입니다.
말벌 님은 갔습니다. 콘도미니엄 사무실에 연락했더니 앞문 근처에 짓고 있던 말벌집을 깨끗하게 치워 주었습니다. 이제는 오가다 벌에 쏘일 것이 무서워서 벌벌 떨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아직도 옛 집이 그리운 말벌들이 사라진 집을 찾아 맴돕니다. 아마도 저 말벌들은 주위 어딘가에 또 집을 짓고 살아갈 겁니다. 잘 됐습니다.
주인 님은 갔습니다. 아이 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를 위한 음식 리스트를 준비하더니 시장 보고 음식 만들고 쿠키도 굽고 설거지까지 아이들이 다 합니다. 이제 얻어먹는 자리에 앉아 맛있게 잘 먹습니다. 앞으로 2주간은 아이들이 이 집의 주인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