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질

2021. 7. 30. 05:35여름

 

지난 1년 반 동안 직장에 출근도 거의 안 하고 차려입고 밖에 나갈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당신이 아프기 전에 다려 놓았던 또 작년에 처제가 병문안 왔을 때 다려준 옷으로 버티었는데, 이제는 구겨진 옷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오늘 주름진 남방과 바지를 다렸습니다. 내 머릿속에 다리미질해 본 기억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마 나는 다리미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막상 해 보니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시간도 꽤 걸리고 구석구석 손이 많이 갑니다. 그리고 뜨거운 다리미가 무더운 여름날에 반갑지 않은 땀을 마구 부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리미질뿐이 아닙니다. 떨어진 단추를 달려면 바느질도 배워야 하고, 넥타이를 어떻게 매는지도 나는 아직 모릅니다. 나이가 60이 되었는데 이런 걸 하나도 못 한다고 하면 옆집의 개도 웃겠다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참 손 많이 가는 남편이었습니다. 당신은 그런 나를 오랫동안 잘 보살펴 주었는데 나는 당신께 고마워 수고 많아 말도 제대로 못 해 주었네요. 참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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