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놀라고 안 당황하기

2021. 12. 3. 05:11가을

사슴이 갑자기 내 눈앞에서 튀어나와 차를 들이받은 지 3주가 넘었습니다. 공장에 가 있는 차는 부품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처박혀 있습니다. 수리하는데 한 달이 더 걸릴지 두 달이 더 걸릴지 며느리도 모릅니다. 32년 만에 한국에 놀러 간다고 좋아했는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갑자기 자가격리 면제가 취소되어 한국에 입국하면 바로 격리시설에 들어가서 10일간 감옥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걸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하는 건가 싶습니다.

 

 

예전 같으면 매우 놀라고 당황하고 어쩌면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그 와중에 그다지 안 놀라고 안 당황하고 안 화가 나서 놀랍니다. 아마도 늙어서 무디어진 걸까요, 아니면 한 번 심하게 놀란 가슴이라 백신 맞은 것처럼 그보다 작은 일에는 내력이 생긴 걸까요? 신기하게도 안 놀라고 안 당황하네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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