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만들기

2021. 1. 29. 18:48그날 이후

당신이 GBM 진단을 받은 그 날부터 나의 세상은 달라졌습니다. 나만의 세상에서 혼자 살고 혼자 생각하고 혼자 잘난 체했던 내 삶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정신이 1도 없어서 문 목사님 허 장로님 현 사모님께 도움을 청했습니다. 어진이네 예람 처제 처형들께 연락했고 모두가 한걸음에 또 단비 조카와 함께 달려와 주었습니다. 그리고 박 선생님과 현 사모님께서 산타처럼 뿅! 하고 나타나셨습니다. 그리고는 모든 분이 같이 돕고 같이 아파하고 같이 기도해 주셨습니다.

 

당신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일지 모르는 우리는 그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의미 있는 많은 좋은 추억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수술하기 전 며칠 동안 온 가족이 함께 교회에 가서 찬양과 예배를 드리고 즐겨 가던 식당과 동네 여기저기를 다녔습니다. 진단받기 하루 전날 아픈 당신이 하염없이 구경했던 목걸이와 귀걸이도 샀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추억 만들기는 시작되었고 당신의 마지막 11개월 동안 우리는 많은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새끼손가락 걸며 영원 하자고 맹세는 안 했지만, 이 새벽에 나는 하늘나라에 있는 당신을 생각하며 그 추억을 되새겨 봅니다. 지금 나에게 그것은 너무나 아픈 기억이고 내 눈물을 떨구는 기억이어서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서 백발이 되어 버리고 얼굴엔 주름지어도 그 추억은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1년간의 아픈 추억이 지금은 나를 힘들게 하지만 앞으로 내가 똑바로 잘 살아갈 수 있게 하는 큰 힘이 되어 줄 겁니다.

 

www.youtube.com/watch?v=Jje1WZsB7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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