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국을 끓이며
2021. 3. 1. 22:25ㆍ그날 이후
오늘은 우리 아들 어진이 생일입니다. 만으로 스물여덟 살 되는 생일을 축하합니다. 돌잔치부터 시작해서 오늘까지 스물여덟 번 생일 중 오늘 처음 내 손으로 생일 미역국을 끓입니다. 이렇게 내가 어진이 생일 아침을 차려줄 일은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습니다. 혼자서 미역국을 끓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깁니다. 어진이는 오늘 아침 엄마 없는 생일을 어떤 마음으로 맞이할까. 기쁘고도 슬프며 반갑고도 쓸쓸하지 않을까. 한 달 뒤에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가면 그동안 반년 동안 나와 같이 살면서 서로 아웅다웅했던 것들을 후회하고 마음이 아프지는 않을까.
28년 전 오늘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당신은 오랜 시간의 산고로 기진맥진 끝에 어진이를 세상에 나오게 해 주었고 나는 의사의 권유로 내 손으로 탯줄을 잘랐습니다. 당신은 아주 많이 힘들었지만 우리는 얼마나 기뻐했는지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28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어진이를 키우고 돌보고 가르쳤으며 가진 것의 200%를 어진이에게 주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서 이제야 당신이 얼마나 많이 수고했는지 알겠습니다. 칭찬도 따뜻한 위로의 말도 제대로 못 해준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참 잘했습니다. 수고가 참 많았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