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서
2021. 3. 9. 08:32ㆍ그날 이후
오랜만에 밖에 나왔습니다.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 힘이 듭니다. 당신과 함께 자주 걷던 산책길을 한 바퀴 돌아서 오려고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집까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같이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걸었습니다. 투병 중에도 가끔 걷곤 했는데 내가 힘들어 보니 당신은 그때 엄청 힘들었겠다 생각이 듭니다. 힘들다 못 걷겠다 한마디쯤 했을 만도 한데 전혀 말을 안 해서 나는 몰랐어요.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니 5개월 만에 처음으로 밖에 나왔네요. 개구리도 아니고 그라운드 호그도 아닌데. 10월에 휠체어를 탄 당신과 산책한 것이 마지막이지요. 짐에 가서 운동한 지도 1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이제 다시 걷고 다시 뛰어야겠습니다. 봄이 오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