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3. 21. 05:07ㆍ3년차
여기에서는 춘분을 the first day of spring이라고 부르는데 올해의 춘분은 오늘, 3월 20일, 오후 4시 24분이라고 합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같은 날이 춘분인 것은 알겠는데 왜 그 시점이 오후 4시 24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구 아시는 분 설명 좀 해 주세요. 어쨌든 내일부터는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햇빛을 더 오래 받으니 겨우내 얼었던 땅은 녹고 기온은 점점 올라가겠지요. 그래도 이곳 위스콘신에는 5월에도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5월 말이나 되어야 새로운 작물의 씨를 뿌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춘분이 되었다고 바로 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6월이 되기 전에는 위스콘신에 봄이 왔다는 것을 절대 믿지 않는다는 사람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어느새 훌쩍 새봄을 바라보며 달려갑니다.
2020년 1월 말 당신이 진단받은 후 지금까지 어느덧 3년하고도 2개월입니다. 그동안 내 마음과 정신은 한겨울 속에서 방황하였습니다. 어떻게 그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조금씩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엄청난 무력감이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3년 넘게 놓아 버렸던 일을 다시 시작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전에도 내가 하는 일을 아주 잘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무능해진 내 모습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내 삶에도 오늘이 춘분이면 좋겠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지 실마리를 잡고 하나씩 조금씩 풀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잃어버린 능력을 하루아침에 다시 찾을 수는 없겠지만 춘분이 지나고 또 기다림 끝에 결국엔 봄이 오듯이 나도 방황하는 내 삶의 방향을 틀고 조금씩 나가며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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