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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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후반전에서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기가 있습니다.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엄마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첫사랑, 집 떠나 서울로 유학, 첫 직장, 결혼, 미국 유학, 어진이 출생, 박사 학업 실패와 취직, 예람이 출생, 학업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취직, 당신의 진단과 투병, 그리고 당신과의 이별, 이런 것들이 생각납니다. 그 각각의 변곡점에서 때로는 힘들었고 때로는 설레었으며 때로는 환희에 소리쳤습니다. 오늘 아침에, 그 시간을 돌아보면서 내가 오롯이 살아가야 할 인생의 후반전을 생각해 봅니다. 사실 많은 내 인생에는 꽤 많은 전환점이 있었기 때문에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양분하는 것은 말이 안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까지의 나의 삶과 당신을 보낸 후의 삶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2024.10.07 -
혼자 살기
오랫동안 혼자의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가족으로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친구로서 이웃으로서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지만, 머릿속 내 생각은 나만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위에 혼자서 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들에 대해서 별다른 감정이나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같은 세상에서 주위에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당신을 보내고 아이들도 자신들의 삶을 찾아 떠나고, 나는 말 그대로 혼자 살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제는 혼자서 사는 사람들이 나의 눈에 들어옵니다. 그들의 아픔과 외로움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공감합니다. 몸이 혼자가 돼서야 내 생각과 감정과 관심이 그들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마음과 몸에 위로와 평안과 살아갈 힘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하루를 행복하게 살..
2024.10.06 -
내 숨
나는 내 숨을 쉰다 -홍순관 노래 숨 쉰다 숨을 쉰다 꽃은 꽃 숨을 쉬고 나무는 나무 숨을 쉰다 숨 쉰다 숨을 쉰다 아침은 아침 숨을 쉬고 저녁은 저녁 숨을 쉰다 나는 내 숨을 쉰다 내 숨을 숨 쉰다 숨을 쉰다 별은 별 숨을 쉬고 해는 해 숨을 쉰다 숨 쉰다 숨을 쉰다 바람은 지나가는 숨을 쉬고 신은 침묵의 숨을 쉰다 나는 내 숨을 쉰다 내 숨을 https://www.youtube.com/watch?v=MWPGlPw9Avg 지난 4년간 숨만 쉬고 살았습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 말입니다. 꼭 해야 하는 최소한의 것만 겨우 하고 지냈습니다. 그래도 쫓겨나지 않고 직장에 붙어 있는 게 참 다행입니다. 아니 어쩌면 불행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고 주님께 하듯 성실하게 해야 ..
2024.10.01 -
미련 곰탱이
팔뚝에 혹이 생겼습니다. 그걸 본 동산 식구들이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해서 오늘 urgent care에 갔더니 의사가 detached tendon이라며 바로 orthopedics로 약속을 잡아주고 가라고 합니다. 거기서 엑스레이 찍고 orthopedist 소견으로는 rotator cuff도 손상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MRI 스케줄을 잡고 그 결과를 보고 치료나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의사들이 언제 다쳤는지 물어보는데 대답하기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5월 중순에 폭포 안에서 하이킹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져서 바위에 심하게 부딪혔는데 잠깐 아프다 말 거라고 하고 그냥 무시하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매우 아팠는데 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심하게 아프냐고 잠자는 데 지장은..
2024.09.26 -
추억여행
어느덧 9월 중순입니다. 가을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여름을 뒤로 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여름 그리고 지난 3, 4년 동안 여기저기 많이 다녔습니다. 가까운 데도 있고 멀리 떨어진 곳도 있고. 대부분은 이전에 가족과 함께 갔었던 곳입니다. 많은 추억이 있는 곳, 그러니까 추억여행입니다. 추억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감정이 다가옵니다. 즐거움, 행복, 슬픔, 그리움, 미안함, 아쉬움이 파노라마로 펼쳐집니다.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갔다가 돌아올 때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이곳을 다시 올 기회가 있을까?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 여기에 묻어 있는 추억과 감정도 이제는 잘 정리해서 기억의 뒷장에 잘 담아 놓아야겠다. 그리고 이제는 또 다른 여행을 떠납니다..
2024.09.13 -
그 외쓸
당신이 떠나고 불청객 친구 그외쓸이 불쑥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얼마 있다 가겠지, 생각했는데 3년이 지나고 알았습니다. 아 그렇게 쉽게 떠날 친구가 아니구나. 제발 떠나갔으면 좋겠지만, 이 녀석들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고 어쩌면 아주 더 오랫동안 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이제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평생 같이 가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이제는 이 친구와 함께 사는 방법을 찾아 보려고 합니다. 내 친구 그외쓸은 한 몸으로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줄면 그리움도 작아지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줄어들어도 그리움은 오히려 커집니다. 그리움이란 친구는 외로움과 쓸쓸함과는 또 다른 녀석인가 봅니다. 그러니까 이것도..
202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