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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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끈을 이어서
봄방학 동안 동네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말이 동네 한 바퀴지 12일 동안 켄터키-노스캐롤라이나-메릴랜드-버지니아-웨스트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인디애나를 거쳐 시카고에서 장도 보고 돌아왔으니 4천몇백 킬로미터를 달렸습니다. 멀리 있는 오래된 친구들도 만나고 형님 공원묘지에도 들렀습니다. 친구들은 40년 만에 20년 만에 또는 7~8년 만이고 형님은 2019년 장례식 이후에 처음입니다. 이렇게 한 바퀴 휙 돌아오면서 마음도 보듬고 생각도 정리합니다. 살아갈 힘도 조금 얻는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에 중에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특히 더 많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나만 힘들고 다 잘 살아가는 줄 알았는데, 가만 들어보니 그렇지도 않습니다.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랜 기간 어려움 속에 살았고 또 살아..
2023.04.05 -
춘분
여기에서는 춘분을 the first day of spring이라고 부르는데 올해의 춘분은 오늘, 3월 20일, 오후 4시 24분이라고 합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12시간으로 같은 날이 춘분인 것은 알겠는데 왜 그 시점이 오후 4시 24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구 아시는 분 설명 좀 해 주세요. 어쨌든 내일부터는 밤보다 낮이 길어지고 햇빛을 더 오래 받으니 겨우내 얼었던 땅은 녹고 기온은 점점 올라가겠지요. 그래도 이곳 위스콘신에는 5월에도 서리가 내리기 때문에 5월 말이나 되어야 새로운 작물의 씨를 뿌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춘분이 되었다고 바로 봄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6월이 되기 전에는 위스콘신에 봄이 왔다는 것을 절대 믿지 않는다는 사람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기다림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2023.03.21 -
슬프고 맘 아픈 좋은 날
오늘은 Ice storm warning으로 모든 것이 멈춘 듯합니다. 듣기에도 생소한 ice storm warning은 추운 이 동네에서도 5년만인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아침부터 얼음 비가 하염없이 내립니다. 하루 종일 그리고 내일까지 계속된다네요. 내 마음에도 차가운 비가 내립니다. 오늘같이 좋은 날에. 당신이 환갑이 되는 생일날. 즐겁고 기뻐야 할 이날. 오늘 나는 슬픔과 아픈 맘으로 맞이합니다. 그래도 오늘은 좋은 날이지요. 생일 축하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SWfQvl9aeo
2023.02.23 -
친구 붙잡기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살아가면서 내가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과 점점 나만의 방식으로 고정되고 또한 나와 다른 길을 걸어 온 친구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 젊은 시절에는 살아가는 모습에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고 또한 그 다름을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는데, 나이가 들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좋은 관계의 친구로 남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데 어쩌면 우리는 불편하고 귀찮아서 에이 사람 많이 변했네! 하고 말아버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참 무심하고 노력이 부족한 나에게 아직도 잊지 않고 손을 내밀어 주고 관계의 끈을 놓지 않는 친구들이 참 고맙고 귀하구나! 환갑..
2023.02.21 -
나눔 동산
나눔 동산은 내가 속한 교회 모임입니다. 교회에 따라서 구역이라고도 하고 속이라고도 하는데 우리 교회는 동산이라고 합니다. 각 동산에서 원하는 이름을 정하는데 우리 동산은 강 집사님 제안으로 나눔 동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모인지가 2년 또는 새로운 멤버는 1년 되었는데 모이면 모일수록 내가 그 모임에 속하게 되었다는 게 참 축복이고 행운이란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모임 속에서 많은 힘과 도움을 받아서 나의 어려웠던 지난 2년을 무사히(?) 견뎌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산원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여섯 가정입니다. 나보다 연세가 많은 분도 계시고 30대 젊은 부부도 있습니다. 한분 한분 찬찬히 보면 모두가 각자의 생각 개성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데 지난번 모임에서 함..
2023.02.21 -
순결 진실 용기
순결 진실 용기는 내가 다닌 대전중학교의 교훈입니다. 어린 마음에 교훈이 참 멋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실 용기까지는 그렇다 치고 순결은 또 뭔가 여학교 교훈도 아니고! 그렇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대전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교훈이 또 똑같이 순결 진실 용기입니다. 참 실망이었습니다. 옛날 일제강점기와 미군정 때는 중고등학교가 분리되지 않았었고 분리된 이후에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픈 학교라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같은 교훈을 유지했나 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생각해 보니 그 멋대가리 없는 교훈이 점점 마음에 들어옵니다. 초등학교 교훈은 기억도 없고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대학교 교훈은 너무 개인적인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감흥이 없는데. 순결 진실 용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최고로 ..
2023.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