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곰탱이
2024. 9. 26. 10:00ㆍ살아가는 이야기
팔뚝에 혹이 생겼습니다. 그걸 본 동산 식구들이 병원에 꼭 가보라고 해서 오늘 urgent care에 갔더니 의사가 detached tendon이라며 바로 orthopedics로 약속을 잡아주고 가라고 합니다. 거기서 엑스레이 찍고 orthopedist 소견으로는 rotator cuff도 손상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MRI 스케줄을 잡고 그 결과를 보고 치료나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의사들이 언제 다쳤는지 물어보는데 대답하기가 참 부끄러웠습니다. 지난 5월 중순에 폭포 안에서 하이킹하다가 미끄러져 넘어져서 바위에 심하게 부딪혔는데 잠깐 아프다 말 거라고 하고 그냥 무시하고 지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매우 아팠는데 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심하게 아프냐고 잠자는 데 지장은 없는지 진통제 처방이 필요하냐고 묻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달간 팔을 돌릴 때 무척 아팠고 잠도 잘 못 자는 날이 많았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심하게 다친 것이고 그래서 아픈 것인데 참으로 미련하게 지난 4개월 동안 그냥 파스만 달고 살았습니다. 덕분에 이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생겼습니다. 당신이 얼마나 아픈지를 진단받은 날 전날까지도 전혀 몰랐던 나인데 아직도 나는 전혀 변함없는 미련 곰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