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29)
-
잘못된 질문
원운경 씨가 하늘나라로 간지가 벌써 18일 되었습니다. 정신 놓고 지내고 있는데,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슬프고 또 그리움은 더해 갑니다. 왜 그렇게 일찍 데려가셨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원운경 씨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묻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질문이 참 잘못되었습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서의 삶을 아름답게 잘 마감하였고,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하나님이 주시는 평화와 영원한 위로와 기쁨을 가지고 주의 이름을 찬양하고 경배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곳으로 일찍 가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원운경 씨를 왜 그렇게 일찍 데려가셨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는 질문은 나 자신에게 해야 합니다. 나의 잘못 나의 죄를 회개하고 그 아픈 마음 슬픔 그리움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을 내가 감당해야 합니다.
2020.12.30 -
김치 콩나물국
성영이네가 가져다준 김치와 콩나물로 김치 콩나물국을 끓였습니다. 지난번에 콩나물국 끓일 때와 똑같이 다시팩에 다시마 넣고 끓인 후에 콩나물 넣고 끓이고 또 다진 마늘 넣고 끓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김치를 콩나물 넣기 전에 넣었다는 것과 이번에는 다진 마늘같이 생긴 언 호박죽이 아니고 신 집사님이 주신 진짜 다진 마늘을 넣었다는 것. 그런데 그 차이가 2% (아니 20%) 부족했던 맛을 보완해 줍니다. 제법 먹을 만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두 달 전에 원운경 씨가 콩나물국을 먹고 싶다고 해서 콩나물국을 끓였었습니다. 그때는 실수로 다진 마늘 대신 언 호박죽을 넣어서 콩나물국을 끓였는데 원운경 씨는 그래도 꾹 참고 잘 먹어 주었습니다. 미안하고 고맙게도요. 그런데 오늘은 그때처럼 실수도 안 하고 그럭저럭 먹..
2020.12.28 -
돼지등갈비 김치찜
원운경 씨가 아플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 요리가 있습니다. 예람이가 여름에 집에 올 때 했던 돼지등갈비 김치찜입니다. 한국에서 일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는 딸이 먹고 싶다는 말에 원운경 씨가 딸을 위한 엄마의 마음을 담아서 그 어려운 중에도 온 힘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예전에 내가 새로 직장을 잡고서 아이들 학교 때문에 7년 정도 혼자 떨어져서 살았습니다. 집에 왔다가 다시 떠날 때마다 원운경 씨는 산더미처럼 음식을 해서 싸 주었습니다. 음식과 반찬을 만드느라 밤을 꼴딱 새우면서 말입니다. 그때는 그럴 필요 없는데 무리하다가 병난다 그러면서 구시렁거렸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것은 그냥 음식이 아니고 바로 원운경 씨의 마음이었습니다. 남편 혼자 집 떠나 일하러 보내는 애틋한 마음. 그래서 밤새 힘들게 ..
2020.12.27 -
슬픈 그리움
슬픈 그리움 -이해인 세상 떠난 사람이 자꾸 보고 싶어 못 견딜 땐 어떻게 할까 아무리 기도해도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을 향한 슬픈 그리움 그 목소리 듣고 싶고 그 웃음 보고 싶고 그의 손을 잡고 싶은데 하늘도 땅도 야속한 침묵이네 사람들은 아무 일 없이 즐거워하고 오늘은 바람조차 나를 위로해주지 않네 이 슬픈 그리움 평생을 안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잠을 자면서도 그리움은 깨어 있네 정인 씨가 이 시를 보내 주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슬픈 그리움을 적확하게 표현했는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한 편의 시가 아니라 내 마음을 찍어 놓은 한 장의 사진입니다. 자다 깨니 집안에 탄내가 진동합니다. 화원처럼 꽃 향기가 가득했는데. 냄비 하나를 홀랑 태워 먹었습니다. 알람도 울렸을 텐데 모르고 코 잤습니다. ..
2020.12.24 -
그날 이후
그날 이후(졸업) -해바라기 어울려 지내던 긴세월이 지나고 홀로이 외로운 세상으로 나가네 친구여 그대 가는곳 사랑있어 좋으니 마음에 한가득 사랑담아 가소서 어느때나 떠나간 후에도 친구들에 꿈속에 찾아오소서 젊음의 고난은 희망을 안겨 주리니 매화꽃 피어난 화원에 찾아오소서 잘가오 친구여 그대떠난 후라도 우리의 마음엔 그대모습 남으리 때없이 찾은 이별은 슬픔만은 아니오 또다시 우리는 한곳에서 만나리니 언제이건 어느곳에서든 변하지 않아도 한곳에서 만나리니 정겨운 친구여 가슴에 맺힌 슬픔과 설움을 버리고 안녕히 친구여 안녕히 옛날에 젊었을 때 친구가 군대 갈 때 술 먹으며 부르던 노래입니다. 지금 보니까 떠나간 당신을 위한 노래 같기도 하고 남아 있는 나 자신을 위한 노래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오늘부터는 그날..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