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7. 14:26ㆍ2차 치료
나쁜 꿈을 꾸다 깨었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꾸는 이 악몽의 주제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꿈의 내용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공부하는 과정에서 어찌어찌 각종의 사건과 갈등이 얽히고 그러다 결국은 박사학위를 하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는 것입니다. 꿈속에서 괴로움에 바둥바둥하다 간신히 깨어나면 머리와 몸이 다 아픕니다. 그리고 현실로 돌아온 것을 깨닫고 안심합니다.
27년 전에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네 명의 커미티 멤버들이 논문 제안 심사를 했습니다. 내 발표가 끝나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하더니 꽤 오랜 시간을 논의합니다. 나는 밖에서 기다리며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하나님께 “합격하게 해 주세요,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정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합격하게 해 주세요! 눈물 콧물 흘리며 매달려 기도했어도 어려웠을 그 상황에서 왜 그렇게 기도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결국 그 기도의 응답을 받아서 논문 제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직장 생활을 하다가 몇 년 후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겨우 학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 그 아픈 기억은 학위를 받은 지 17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내 머릿속 한구석에 트라우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악몽으로 되살아나 나를 힘들게 합니다.
원운경 씨가 받았을 스트레스 마음의 부담 상처 압박감 어려움과 힘듦을 짚어 봅니다. 나는 내 멋대로 살아왔으니 그렇다 치지만, 원운경 씨는 자신의 의사는 1도 없이, 유학생 아내로 경제적 무능력자 부인으로 30년을 넘게 삶의 질곡과 굴곡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매우 아파서 많이 어렵고 힘듭니다. 그래서 나는 늘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나처럼 나쁜 꿈에 시달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요새는 밤마다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내 꿈 꿔. 광석이 꿈꿔.” 그러면 대개는 피식 웃어 줍니다. 썩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