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23. 05:07ㆍ3년차
동네 한 바퀴 크게 돌고 왔습니다. 예람이한테 말했더니 그게 무슨 동네냐고 그럽니다. 그래서 알려 주었습니다. 동네에는 우리 동네 너희 동네 이웃 동네 먼 동네 여러 가지가 있다고. 그러니까 좀 먼 동네를 다녀왔습니다. 25일간 6,774마일, 만 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달렸습니다. 오래 여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먼저 당황스러웠던 일. 오랜 운전 후 park visitor center에 도착했는데 응가가 급해서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다행히도 큰 거 보는 칸이 많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서 바로 들어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밑으로 보이는 옆 사람 샌들 신발이 여자 신발처럼 장식이 달렸네요. 취향도 독특하네! 그랬습니다. 그런데 밖에서 이상하게도 여자 소리가 들립니다. 아 남녀공용 화장실인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들어 보니 그게 아니고 온통 여자들뿐입니다. 아 어쩐다느냐. 일을 다 마치고도 꼼짝 못 하고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쫄아서 눈치 보다가 조용해졌을 때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황급히 나오다 한 아주머니와 마주쳐서 뜨거운 눈길을 받기는 했으나 경찰에 안 잡혀간 게 다행입니다.
다음은 황당했던 일. 하루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가는 길이 막혔다고 해서 다른 길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가도 가도 끝이 없습니다. 원래는 90킬로미터 한 시간 길인데 돌아가는데 240킬로미터 두 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캐나다 로키산맥 속의 길이라 한번 들어서면 외통길이고 빠져서 가는 다른 길은 없습니다.
위험했던 일. 만 킬로미터 넘게 달리다 보니 차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앞 유리가 돌에 맞아 금이 가고 엔진 밑의 splash shield가 떨어져서 달랑거립니다. 멀리 다니다 보니 중간에 엔진오일 교체를 했는데 거기서 잘못해서 타이어에 바람을 너무 많이 넣었습니다. 나중에 기록을 보니 34psi로 넣어야 하는데 38psi로 넣었습니다. 그걸 모르고 하필 화씨 100도의 기록적인 더위 속에서 이틀을 달렸습니다. 타이어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보았더니 타이어가 풍선처럼 부풀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다 병가지상사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일은 여행 처음 한 주일간 찍은 사진 파일들을 모두 날려버린 사건입니다. 지난 2년 동안의 모든 사진과 함께. 아쉽고 안타깝고 허탈하고 또 아쉽고 안타깝고 허탈합니다. 길은 돌아가면 되고 차는 고치면 되지만 잃어버린 소중한 사진과 그 안에 담긴 추억과 기억의 자산은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병가지상사이고 여행의 일부입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그저 잘 다녀온 것을 감사할 뿐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ZOCgNXU9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