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치료(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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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in
새집 처마 밑에 robin이 새끼 세 마리를 낳았습니다. 전에 살던 아파트에서는 알만 두 번 낳고 부화에 실패했는데 새집에서는 훨씬 편한 자리에 집을 짓고 아기들을 키웁니다. 아이들이 제법 큰 것으로 봐서는 나온 지 며칠은 된 것 같습니다. 부모 새들은 벌레며 지렁이며 부지런히 잡아다가 새끼들을 먹입니다. 그리고는 하얀 똥주머니를 가져가 버립니다. 아이들은 날름 받아먹고 더줘요 더줘요 입을 벌립니다.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서 일주일 정도 후에 둥지가 좁아질 때면 집을 떠날 것입니다. 그때까지 엄마 아빠는 열심히 지키고 보살피고 먹입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나는 법을 배우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면 let them go하고 또 새로이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울 겁니다.
2020.07.10 -
더불어 살기
새 모이통을 샀습니다. 집 색깔과 맞춘다고 나름 신경 써서 파란색을 골랐습니다. 창 앞에 새로 심은 나무에 걸어 놓았는데 왠지 좀 촌스럽고 잘 어울리지 않는 듯싶기도 합니다. 어쨌든 참새들은 신이 나서 달려드는데, 저기에 앉기가 쉽지 않은지 어떤 녀석들은 앉아서 포식하지만 다른 녀석들은 바닥에 떨어진 것만 주워 먹습니다. 토끼도 달려와서 한참 동안 먹고 갑니다. 신기한 것은 토끼와 참새들은 코 앞인데도 서로 아랑곳하지 않고 싸우지 않습니다. 아기 나무는 좀 번거롭고 힘들지 모르겠습니다.
2020.07.08 -
견디고 있어 주기
아들 내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엄마 보러 왔습니다. 일주일간 다른 집에 격리했다가 엊그제 함께 했습니다. 2월 수술 후 처음으로 온 가족이 모였습니다. 어릴 때는 먹이고 재우고 씻겨 주었습니다. 자랄 때는 놀아 주고 데리고 다니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는 대학교로 또 제 일과 짝을 찾아 잘 가도록 거기서 잘 살도록 마음 써주고 보살펴 주었습니다. 이제는 그 자리에 견디고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엄마가 할 일입니다.
2020.07.07 -
내 마음에도 비가
지난주 항암 치료는 부작용 없이 잘 견뎌 내었습니다. 이제 3주간은 약을 먹지 않고 회복하게 됩니다. 원운경 씨는 힘에 부치는지 아침부터 소파에 누워 있습니다. 힘드냐 아프냐고 물어보면 괜찮다고 좋다고 합니다. 고대하던 어진이와 케이티가 드디어 왔습니다. 멀리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있어서 오고 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COVID-19으로 더 어렵고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엄마 보러 온 아들과 며느리를 한참 안아 줍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칩니다. 날씨 따라가는지 내 마음에도 비가 옵니다. 그렇게 여름날 한 오후가 갑니다
2020.06.30 -
예람이 된장찌개
예람이가 된장찌개를 끓였습니다. 얼큰하고 맛있습니다. 대학 4년보다 지난 한국에서 지낸 일 년 동안 요리 솜씨가 더 많이 는 것 같습니다. 된장찌개뿐 아니라 파스타 샌드위치 guacamole도 만들고 자기가 할 수 있는 거 다 해주는 것 같습니다. 음식 만든다고 칼질하는 솜씨가 제법입니다. 보아하니 혼자 살면서 음식을 꽤 했나 봅니다. 한국에서는 이모들이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얻어먹다가 이제 집에 와서는 엄마 집밥을 먹고 싶었을 텐데, 주방장이 바뀌어서 집밥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엄마 아빠 음식을 해 주는 것을 보니 한편 고맙고 한편 짠합니다.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론 아주 섭섭할 것 같습니다. 잘 견디고 또 그러면서 성장하길 바랍니다.
2020.06.28 -
여름에
한 달 전에 모종을 화분에 옮겨 심고 물도 몇 번 안 주었는데 벌써 야채가 주렁주렁 달리고 자랍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COVID-19이 얼마나 심각하든지 상관없이, 풀과 꽃은 자라고 나무는 푸르릅니다. 새는 새벽부터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고 토끼는 여기저기 신나게 뛰어다닙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6월 말 여름입니다. 집콕 원 여사 마음에도 여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햇빛과 물과 바람만 있으면 무럭무럭 자라는 저 야채처럼 여러분의 기도와 사랑과 격려로 원 여사의 몸과 마음도 하루하루 회복되길 바랍니다.
2020.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