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치료(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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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힘들고 긴 한 주
원운경 씨가 참 어렵고 힘든 한 주를 보냈습니다. 나에게는 그 한 주가 무척 긴 시간이었습니다. 병세가 악화하여서 월요일에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다가 금요일에 퇴원했습니다. Avastin과 maintenance Temodar 항암 치료는 일단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3주 후 3-D MRI 검사를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원운경 씨는 오른쪽이 마비된 상태라 보편적으로는 nursing home에 가서 재활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도 걱정되고 또한 집이 더 편할 것 같아서 집으로 왔습니다. 아프게 될 줄 모르고 이번 학기에 한국으로 반년 안식년 간다고 승인받았었는데, 이렇게 안성맞춤으로 안식년을 쓸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직장이 실리콘밸리에 있는 어진이가 COVID-19..
2020.09.28 -
얼마나 힘들고 답답할지
오후 1시인데 원운경 씨가 아직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난 금요일 2차 항암치료 다섯 번째 사이클을 마쳤는데 요새 며칠간 많이 힘들어합니다. 지난번 세 번째 사이클 때 많이 아파서 5일간 입원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만큼 아픈 게 아닌가 걱정입니다. 원 여사가 아플수록 옆에서 내가 더 힘내서 밝게 격려하고 도와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따라서 힘이 들고 짜증도 납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나 자신에 실망입니다. 옆에 있는 사람도 이런데 본인은 얼마나 힘들고 답답할지 마음이 아픕니다.
2020.09.21 -
항암치료
엊그제 네 번째 Avastin 치료를 받았습니다. 청구서를 보니 주사 한 번 맞는데 $7,121입니다. 지난번 입원했을 때에 보니까 하루에 만 불 정도 드는 것 같습니다. GDP 올리기 참 좋겠다 싶습니다. 그런데 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이런 치료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참 어렵겠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무척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원운경 씨는 이번 주에 2차 항암치료 다섯 번째 사이클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주 치료가 끝나면 4주 후에 여섯 번째 사이클이 마지막입니다. 여전히 씩씩하게 치료를 잘 감당합니다. 치료받으면서 무척 힘들 텐데 힘들다고 어렵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Respect입니다.
2020.09.17 -
카톡
아주 짧지만 원운경 씨가 카톡에 답을 했습니다. 두 달 만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카톡이 오면 보는 것은 계속했는데 보는 것과 답글을 하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생각을 정리하고 타이핑하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딸과 자매들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이번 주부터 speech therapist가 매주 두 번씩 와서 도와줍니다. 이 사람 말로는 아파서 힘들다고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옛날에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을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카톡에 답을 하는 것, 매일 날짜를 인지하는 것, 물건들을 기억하는 연습, 요리하는 것을 돕는 것, 이러한 것들을 해야 한답니다. 실수하고 틀리더라도 계속 시도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도와준다고 내가 모든 것을 해 주는 것은 장기적으로..
2020.09.12 -
믿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산책 나왔습니다. 내가 나가자고 하면 늘 no인데 어진이가 가자고 하니까 당근 yes입니다. 덕분에 올리랑 집 앞에 있는 공원에 나와서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을 즐깁니다. 역시 가족은 같이 지내야 하는가 봅니다. 집에 와서 물어봤습니다. “아들이 더 좋아 남편이 더 좋아?” “엄마가 더 좋아 아빠가 더 좋아”라는 질문보다 더 바보 같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원 여사의 대답이 무엇일까요? 참 의외의 대답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바보 같은 질문을 어진이를 앞에 두고서 내가 왜 했을까 바로 후회했습니다. 어쩌면 어진이가 살짝 삐졌을 것 같습니다. 말로는 아니라고 하지만요. 아마도 점심에 내가 만들어준 삼겹살 수육이 맛있어서 점수를 준 걸까요? 주저 없이 하는 대답은 “당연히 남편이지!” 믿..
2020.09.06 -
장애인 비장애인
정리의 화신인 원운경 씨가 요새 점점 더 정리와 청소를 열심히 합니다. 흐트러진 거 삐뚤어진 거 지저분한 거 이런 것들이 다 바더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집안의 모든 물건이 줄 맞춰서 반듯이 정리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지만 이런 강박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음정이 안 맞는 노래를 들으면 짜증이 제대로입니다. 아무리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도 음정이 안 맞으면 무척 싫어합니다. 일종의 강박증인 것 같습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정상인을 비장애인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은 장애인이니까 장애가 없는 사람은 비장애인이라는 논리입니다. 뭐든지 가지는 것이, 그것도 많이 가질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 이 시대입니다. 어쩌면 ..
2020.09.02